신자유주의(Neoliberalism)
 
 

1. 등장배경

  1970년대 초에 초정부론과 초국가론이 등장하였고 이어 상호의존론이 등장하였으나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의 국제정치 상황은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을 설득력있게 만들었으며 이로 인해 신현실주의 이론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현실주의 혹은 신현실주의 이론의 분석과는 달리 1980년대의 국제정세는 1950년대의 냉전시대로의 복귀나 나아가 1930년대와 같은 국제체제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고 국가간의 협력도 어느 정도 유지되었다. 또한 190년대 중반부터의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 즉 소련의 개혁시도와 동구의 급격한 변화는 국가들 간의 상호의존을 강조하게 했다. 또한 미·소간에 중요 군축문제의 합의로 협력관계가 고조되었다.1)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왈츠를 중심으로 한 신현실주의의 적실성에 의문을 던졌으며 신자유주의의 등장을 가져왔다. 신자유주의는 국제체계의 무정부성과 합리적 행위자로서의 국가라는 현실주의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제도(institutions)가 국가의 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는 자유주의 가정을 또한 수용한다. 신자유주의는 여러 국제제도 가운데에서 국제레짐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2. 신자유주의 이론의 가정

 1) 신자유주의의 가정

  국제정치의 주된 현상이란 국가 혹은 그 밖의 행위자들 간에 있어서의 협력과 갈등의 관계이다.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각 패러다임의 입장은 다르다. 우선 현실주의는 국제체계의 무정부성과 국가의 권력 추구욕을 강조함으로써 국가간 갈등을 강조하고 협력의 제한성을 강조한다. 신자유주의와 구별되는 전통적 자유주의 이론들은 국가 이외의 다양한 행위자들 간에 있어서의 상호의존과 협력을 강조한다. 신자유주의 이론은 국가의 행동이 권력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제도의 도움을 받아서 제한적인 협력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코(Joseph M. Grieco)는 신자유주의의 가정을 자유주의 및 현실주의 패러다임의 가정과 비교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국가는 국제정치의 유일한 주요 행위자인가'에 대해 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는 그렇다고 본다. 그러나 기존의 자유주의는 국가의 유일한 행위자성을 부인하고 이익집단과 다국적기업 그리고 각종 국제기구 등을 위시한 비국가적 행위자(non-state actors)들 여기 중요 행위자로 본다.

 둘째, '국가는 통합된 합리적인 행위자인가'에 대해 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는 공통적으로 그렇다고 본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유주의만은 국가를 분절된 행위자로서 비합리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셋째, '무정부 상태가 국가의 선호(選好)와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는 그렇다고 본다. 신자유주의는 그러나 현실주의와는 달리 무정부 상태를 명시적으로 강조하지는 않는다. 자유주의의 경우는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무정부 상태의 중요한 영향을 부정하고 기술과 지식 등의 영향력이 현저함을 강조한다.

 넷째, '국제기구나 규칙들이 협력을 용이하게 하는 독립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모두 그렇다고 보나 현실주의는 이를 부정한다.

 다섯째, '국가간 협력의 전망은 어떤가'에 대해 현시주의는 비관적이나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낙관적이다.

 이처럼 신자유주의 이론은 현실주의의 가정을 대폭 수용하고 있는 동시에 자유주의의 가정도 일부 수용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가정이 현실주의 및 자유주의의 가정과 어떻게 같고 또 다른가를 좀 더 상세히 살펴보자.

 

 2) 현실주의와 비교

 신자유주의는 현실주의와 마찬가지로 국가를 국제정치의 중요한 행위자이며 통합된 합리적인 행위자로 보며 또한 무정부 상태가 국가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현실주의와 다른 점은 국제레짐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국가행위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국제제도의 역할을 중시하는 자유주의 전통과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2) 즉 국가들은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국제제도의 도움에 의해 국가이익을 재정의하게 되고 그 결과 국가간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자유주의의 기본 논리를 수용하고 있다.3)

 현실주의가 핵심적으로 다루는 것이 '무정부 상태 속에서의 갈등(conflict under anarchy)'이고 자유주의의 주된 관심이 '상호의존 속의 협력(cooperation under interdependence)'이라면 신자유주의의 핵심적인 내용은 '무정부 상태 속에서의 협력(cooperation under anarchy)'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무정부 상태 속에서의 제한적인 협력(limited cooperation under anarchy)'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4)

 저비스(Robert Jervis)의 말을 빌리자면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자기 중심적인 행위자들이 무정부 상태 속에서 그리고 서로의 중요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가운데 협력을 할 수 있을까'를 다루는 것이며 악셀로드(Robert Axelrod)의 말을 옮기자면 '이기주의자들의 세계에서 중앙의 권위가 부재한 가운데 어떻게 협력이 일어날 수 있을까'의 문제를 다룬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신자유주의는 국가간의 협력이 이기적인 국가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이러한 협력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국제기구나 국제레짐과 같은 국제제도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제정치에서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가 각 국가의 협력행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국가간의 협력과 불화는 제도적 변수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고 본다.

 현실주의는 국가간의 협력을 힘들게 하는 두 개의 주된 장애요인으로서 타국의 '배신(cheating)'5)에 대한 우려와 '상대적인 이득의 성취'에 대한 우려를 지적한다. 신자유주의도 '배신'을 국가간의 협력에 대한 가장 커다란 장애라고 보나 국제제도가 공동행위에 대한 이러한 장애를 극복하도록 도와준다고 본다.

 현실주의가 국가들이 '상대적인 이득'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이익'이 있어도 협력이 일어나기 힘들다는 논리를 전개하는데 반해 신자유주의는 국가들이란 그들의 취할 수 있는 '절대적인 이득'을 극대화하고자 하며 다른 국가들이 얻는 이득에는 무관심하다고 본다. 즉 국가들은 '절대적인 이득'만을 추구한다면서 '상대적인 이득'이 협력을 방해한다는 것을 부인한다.

 그리코(Joseph M. Grieco)가 적절히 잘 지적하고 있듯이 국제체제의 무정부성이 국가의 선호와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과 국가의 합리성을 신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 모두 인정하나 이들이 국가간의 협력에 대해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은 이들이 국제체계의 무정부성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무정부성을 국가간의 게임규칙을 감시하고 처벌할 중앙권위의 부재로 해석하고 이로 인해 국가간에 배신과 기만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현실주의는 무정부성을 단순히 규칙을 이행시킬 대리기관의 부재가 아닌 다른 국가에 의해 잠재적이고 현실적인 폭력의 위협에 처해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로체스터(J. Martin Rochester)는 질서와 협력의 무정부 상태에서 가능하다는 관찰은 오래 전부터 울퍼스(Arnold Wolfers), 아롱(Raymnond Aron), 그리고 카플란(Morton Kapalan)등과 같은 현실주의자들에 의해 제기되어 왔으며 이런 점에서 현실주의자들이 협력에 대해서무관심해 왔다는 일반적인 지적은 좀 지나치다고 주장하고 있다.

 

 3) 기존의 자유주의와의 비교

 로체스터는 기존의 여러 자유주의 이론들이 1940년대 말과 1950년대에는 초국가적 국제기구의 설립가능성에 대해, 1960년대에는 지역적 그리고 다른 수준에서의 정치적 통합에 대해, 1970년대에는 국제기구 내에서의 초국가적 그리고 초정부적 연합의 수립(coalition-building)이 갖올 의미에 대해 학문적 노력을 경주하여 왔는데, 이들 자유주의 이론들과 최근의 무정부 상태에서의 국가간 협력에 관한 신자유주의 이론의 학문적 노력과의 차이는 무엇인가에 대해 분석하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첫째, 게임이론적, 공공재 이론적, 그리고 자유시장에서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행태에 국가의 행태를 비유하고 있는 미시경제론적 국가간 협력에 관한 이론인 신자유주의 이론은 기존의 자유주의 이론처럼 국제제도가 국가행위와 국가간 협력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나 국가가 유일한 통합된 합리적 행위자이며 무정부 상태가 국가행동의 동인(動因)이라는 현실주의 가정을 따른다. 이처럼 신자유주의에 있어서 권력과 국제제도가 국가행동의 중요한 결정요인이다.

 둘째, 신자유주의 이론은 신기능주의와 같은 과거의 자유주의적 제도주의 이론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이상주의적이었다는 약점을 보완하고 현실주의적 패권안정이론의 약점을 보완했다는 점이다. 즉 이 두 이론을 통합한 것이 신자유주의적 제도주의 이론이다.

 셋째, 신자유주의는 국가간의 협력을 가져다주는 조건을 발견해 내는 데 있어서 과거의 자유주의 이론들과는 달리 협력과 같은 용어를 좀 더 엄격하게 개념화하고 있으며 또한 좀 더 과학적인 엄격한 테크닉으로서 분석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신기능주의(neofunctionalism)가 통합에 있어서의 정치의 역할을 강조하고 상호의존론이 권력의 원천으로서 국가간 비대칭적인 의존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력의 문제를 경제적 차원에만 국한시켜 정치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주권국가간의 권력의 문제에 대해 소홀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서 등장했다고도 볼 수 있다.

 

 4) 현실주의와 자유주의의 결합

 신자유주의는 현실주의 이론가들의 인식상의 변화 즉 안보문제 뿐만 아니라 비안보문제도 중요할 수 있으며 질서는 무정부적 상태와 공존 할 수도 있다는 인식 그리고 자유주의 이론가들의 인식상의 변화 즉 힘과 국가이익이라는 것이 질서의 저변에 깔려있을 수 있으며 질서란 국제법이나 지속적이고 공식적인 국제기구보다 덜한 어떤 것 가운데서도 가능할 수 있다는 인식의 결합에 의해 탄생했다.

 투즈(Roger Tooze)도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국제레짐의 등장은 현실주의 내에서의 불만과 자유주의 내부에서의 불만이 결합한 것으로 본다. 즉 현실주의 개념들이 상호의존의 복잡성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자유주의 내부에 있어서의 공식적인 국제기구의 연구로는 새로운 형태의 국가간 협력을 설명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제도화된 국가간의 행위(institutionalized international behavior)'에 초점을 두는 신자유주의 이론 즉 국제레짐 이론이 등장했다고 본다.6)

 

 5) 신자유주의 이론의 적실성의 조건

 신자유주의 이론은 다음 두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적실성을 가지며 성공적인 협력의 이론이 될 수 있다. 첫째, 행위자들이 상호 이해관계(mutual interests)를 지녀야 한다. 즉 협력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어야만 한다.

 둘째 조건은 제도화의 정도에 있어서의 변이가 국가의 행동에 본질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 국제정치에 있어서의 제도가 항구적으로 고정되어 있을 경우 국가행동의 변이를 설명하기 위해 제도적인 변이를 강조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코헤인에 따르면 실제에 있어서 국가들은 상호이익을 갖고 있고 또한 국제정치에 있어 제도화란 상수(常數)가 아닌 변수이다.7)

 

3. 신자유주의의 중요 개념과 연구의 중점

 1) 제도의 정의와 제도화의 측정

 국제제도(international institution)가 국가의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했는데 제도란 과연 무엇인가? 코헤인의 정의에 따르면 제도(institution)란 '역할을 명령하고, 활동을 규제하며, 기대하는 바를 규정짓는 공식적 그리고 비공식적인 지속적이고 상호연관된 일련의 규칙들'이다.

 코헤인은 이러한 제도들은 공식적인 조직체로서의 국제기구, 국제관계의 특정 쟁역에 있어서 국가들에 위해 합의가 된 명시적인 규칙을 지닌 제도의 국제레짐(international regimes), 그리고 행위자들의 기대하는 바를 규정짓는 묵시적인 규칙들과 이해를 지닌 비공식적인 제도로서 관습이라는 세 형태를 띨 수 있다고 본다.

 코헤인은 이처럼 국제제도를 가장 포괄적인 개념으로 보고 이를 구성하는 다양한 형태의 제도로서 국제기구와 국제레짐 그리고 관습을 들고 있으나 이는 일반적인 견해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국제레짐의 개념은 '국제관계의 특정 쟁역에 있어서 국가들에 의해 합의가 된 명시적 혹은 묵시적인 규칙을 지닌 제도'로서 관습을 포함한다.

 이러한 일반적인 정의에 따를 경우 국제제도는 국제기구와 국제레짐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러기(John Ruggie)의 경우는 국제레짐이 가장 상위의 개념으로서 국제제도와 국제기구를 포함한다고 본다. 이처럼 학자들 간에 개념을 둘러싼 혼동이 있음에 유의하기 바란다.

 코헤인은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를 다음과 같은 세 면에서 측정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적절한 행동에 대한 기대와 행동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이해가 체계의 참여자에 의해 공유되고 있는 정도를 일컫는 공통성(commonality), 이러한 기대하는 바의 것들이 규칙의 형태로서 명백하게 구체화되어 있는 정도를 의미하는 구체성(specificity), 그리고 제도가 외부의 중재자(매개자)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규칙을 바꿀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하는 자율성(autonomy)이다.

 

 2) 협력의 개념

 코헤인은 협력(cooperation)과 조화(harmony)를 구별하고 있다. 조화란 모든 행위자들에 의한 이기적인 이익의 추구와 자동적으로 참여자 모두의 목표를 달성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즉 조화의 경우는 행위자들의 행위가 이미 일치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행위자들 간에 의사소통이 없는 가운데도 존재할 수 있다. 묵시적인 국제레짐의 경우 단순히 이러한 조화에 기초할 수도 있다.

 협력은 조화와는 달리 사전에 조화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의 조정(coordination)이라는 과정을 통해 개인 혹은 개개 조직의 행동을 서로에게 일치시키는 것이 필요한 경우이다. 협력이란 이처럼 현존하는 갈등에 대한 반응 혹은 미래의 갈등을 피하기 위한 노력의 일부이다.

 

 3) 연구의 중점

 신자유주의의 핵심내용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비록 무정부 상태가 국가들로 하여금 기꺼이 협력하려는 것을 제약하지만 국가들은 협력을 하며 이러한 협력은 특히 국제제도의 도움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국제정치의 제도화에 있어서의 변이가 국가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가가 항상 국제제도에 의해 고도로 구속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국가의 행동이 상당한 정도로 현재의 지배적인 제도에 의존한다는 의미이다.

 국가들이 서로간에 의사소통을 하고 협력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이 만든 제도에 달려 있는데 이러한 제도는 역사와 이슈에 따라서 그 성질과 강도가 다르다. 국가간의 협력이 일어나는 조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협력의 패턴을 반영하는 국제제도가 어떻게 작동하고 또 어떤 조건하에서 국제제도가 생기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제도가 협력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협력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제제도의 근원과 성질 그리고 이들 제도의 변화가 어떻게 발생하는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