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상담의 기초(1)

인지상담은 여러 상담접근 중 하나로서, 다른 접근과는 달
리 인간의 인지적 측면을 특히 강조하여 인간의 행동변화 및 성장
을 촉진하는 노력들의 집합체이다. 인지상담 내에서도 학자간에 다
양한 의견들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이들 각각에 대해서 구체
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가능한 피하고 이들의 집합체로서의 인지상
담의 기본적인 개념과 상담방법에 대해서 가능한 쉬운 표현을 이용
하여 소개하려고 한다.

I. 개념정의

1. 상담

상담이라는 단어를 전혀 들어보지 못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
든 사람이 상담이 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정의하고 있다. 상담을 전공한 학자든 혹은 어떤 문제가 있어 상담
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든 아니면 상담에 관심을 갖고 이제 상담공
부를 시작하는 사람이든 이제까지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
이 무엇을 뜻하며 상담에서 무엇을 하는지 등에 대해 나름대로 의
견을 갖고 있다.

이같은 상담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도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됨
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어떤 한 개인이 상담이란 단어를 처음으로
접했을 때의 상담에 대한 정의와 얼마 후에 실제 상담을 받아 본
후의 정의가 서로 다를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측해 볼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유사한 경험을 할 것이다. 즉 앞으로 상담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면서 독자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상담
의 의미가 지속적으로 변해 가는 것을 스스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상담에 대한 정의는 학자들간에도 다소 차이가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여타의 상담관련 서적을 통해 접해보기를 바란다.

그러나 인지상담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상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듯하
다. 여기에서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함께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상담의 의미를 제시해 본다. 상담이란 삶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
껴 도움을 필요한 사람 (내담자)과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 및 적
절한 지식/기술을 갖춘 사람 (상담자)이 서로 만나 내담자 내면세
계 (인지, 정서, 행동)의 총체적인 질적 변화 (학습)를 촉진함으로
써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제반 조력활동이다.

2. 인지 (cognition)

교육학이나 심리학 등 인간행동을 다루는 학문분야에서는 대체
로 인간은 크게 다음의 세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가. 인지

인지란 외부자극의 지각, 기억함에 저장된 내용 (신념, 가치,
가정, 이론, 철학 등), 외부 혹은 내적 자극의 처리 (사고, 평가,
해석, 의미부여 등) 등과 같이 인간 내부에서 진행되는 정보처리와
관련되는 제반과정을 의미한다.

나. 정서

정서는 인간내부에서 진행되는 일시적인 혹은 장기적인 느낌이
나 감정을 의미한다. 인지를 머리부분의 활동이라면 정서는 가슴부
분의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즉 기쁨, 분노, 두려움과 같은 것은 물
론 두뇌없이 진행될 수는 없지만 주로 생리적인 반응과 직결되어
있어 가슴이나 피부로 경험하기 때문에 머리에서만 진행되는 인지
활동과 대별해 볼 수 있다.

다. 행동

행동이란 우리가 눈으로 관찰될 수 있는 인간의 측면을 일컫는
다. 인지와 정서는 인간의 내부에서 진행되어 관찰될 수 없지만 말
하는 것, 몸짓, 기타 움직임과 같은 행동은 우리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들 세 주요 요소 외에도 생리적 측면이나 영적인 측면을 강
조하는 학자들이 많이 있다. 생리적인 측면은 신체 내부에서 진행
되는 제반 생리적인 과정 (예, 호르몬의 분비, 혈당, 혈압, 체온,
땀의 분비)을 의미하며 주로 의학이나 생물학의 연구영역에 해당한
다. 그리고 인간의 영적인 측면은 인간의 신적 특성이라 할 수 있
는데 이에 대해서는 주로 종교가 관여하고 있다.

이들 요소들은 한데 합쳐져 있어 정도 차이는 있으나 항상 밀
접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예컨대, 어떤 생각을 하게 되면 그 즉
시 어떤 느낌을 갖게 되고 또 어떤 행동을 하게 된다. 이처럼 이들
요소는 서로간에 긴밀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따라서 어느 한 측면
만을 국한하여 검토함으로써 한 개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잘못 될
가능성이 크다. 코끼리 뒷다리만을 만져보면서 그것이 코끼리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인간의 구성요소 각각의
측면 뿐 아니라 이들간의 관계성 나아가서는 총체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3. 인지상담

상담은 인간의 총체적 변화 내지는 성장을 목표로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하나 혹은 일부 측면만이 변화하는 것
은 진정한 변화라 할 수 없다. 예컨대, 생각만 바뀌고 행동은 바뀌
지 않는다 할지 혹은 행동만 변한 것처럼 보이고 생각과 정서는 그
대로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물론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변화라 할 수 없다. 즉 인간의
행동변화는 앞에서 언급한 세 요소가 모두 함께 변화하는 총체적
행동변화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간의 총체적 행동 변화는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될 수
있다. 첫째, 인간을 구성요소들의 총화로 보지 않고 인간 그 자체
를 하나의 존재로 간주하여 그 존재가 변화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이 접근은 내담자와 상담자라는 두 인
간이 혹은 여러 내담자와 한 상담자가 집단적으로 함께 어우러져
상호관계를 함으로써 이들 특히 내담자(들)의 변화 및 성장이 이루
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이 접근에서는
인간의 만남과 어우러짐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실존주의
상담접근이 이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 중 어느 하나 혹은 하나 이상의
요소에 주요 관심을 갖고 그 요소(들)의 변화를 우선적으로 시도함
으로써 다른 요소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총체적인 인간행동의 변화
를 모색하는 접근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들 중 인지적 측면의 변
화에 일차적 관심을 두면서 다른 측면의 변화가 따라 오도록 시도
하는 접근을 상담의 인지적 접근 (예: 인지상담), 정서적 측면의
변화에 일차적 관심을 두면서 다른 측면의 변화가 따라 오도록 하
는 접근을 상담의 정의적 접근 (예: 인간중심상담), 그리고 행동적
측면의 변화를 일차적으로 시도하면서 다른 측면의 변화가 따로 오
도록 하는 접근을 상담의 행동적 접근 (예: 행동주의상담)으로 칭
해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좀 더 발전하여 하나의 구성요소의 변화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둘 이상의 측면에 주요 관심을 갖고 이들 요소의
변화를 함께 시도하여 총체적인 인간행동의 변화를 모색하는 접근
이 있다. 예컨데, 인지-행동적 접근, 인지-행동-정서적 접근, 인지
-정서적 접근 (예, 정신분석) 등으로 개념화해 볼 수 있다. 넓은
의미로 보면 인간의 인지적 측면의 변화를 고려하는 상담이론은 모
두 인지상담이라는 테두리 안에 넣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인지상담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인간의 인지적 측면에 일차적
관심을 갖는다. 인지상담은 인간의 인지적 측면이 정서나 행동을
결정한다고 보고 인지의 변화를 우선적으로 시도함으로써 다른 측
면의 변화가 수반될 수 있도록 하여 총체적인 인간행동의 변화를
추구하는 상담접근이다.

그리고 인지적 측면을 강조하는 인지상담 내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적 측면을 강조하느냐 혹은 인지의 어떤 측면에 관심을 두느냐
등에 따라 다양한 접근들이 있다. 예컨데, Kelly의 구념이론적 상
담, Ellis의 합리적 정의적 행동 요법, Beck의 인지요법, Lazarus
의 중다양식 요법, Meichenbaum의 인지적 행동수정, 기타 상담의
문제해결적 접근 등을 들 수 있다. 이상의 상담이론들은 대부분 인
지적 측면과 행동적 측면을 매우 중요시하는 인지행동적 접근이지
만 인지적 측면의 변화에 일차적인 관심을 두기 때문에 인지상담의
범주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이같은 관점을 가지고서 이 글
을 읽어가길 바란다.

II. 인지상담의 성격이론

1. 인간관

인간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관점은 그것을 기초로 하여 인간에
대한 이론이 발전되기 때문에 그리고 나아가 그러한 이론을 바탕으
로 인간행동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상담기법이나 기술들이 개발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지상담에서는 인간을 과학자로 간주한다. 개인은 하나의 사
물이나 현상에 대한 개념을 가지며 이를 바탕으로 예견하고 다시
현실에서 그 타당성을 검증하는 과학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점진적으로 삶에 대한 이론과 철학을 발전
시키게 된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의 삶과 세상에 대한 철
학을 가지고 있다.

이 철학은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나름대로는 합리적이라 할 수
있지만 동시에 비합리적인 면도 많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비
합리적인 점이 오히려 많다고 할 수 있다. Ellis에 의하면 인간은
합리성과 비합리성을 이미 가지고 태어난다고 전제하고 있다.

또한 인간은 창의적인 존재이다. 개인은 자신이 이미 갖고 있
는 개념이나 이론에 의존하여 행동하지만 동시에 그 개념이나 이론
에 도전하는 새로운 시도를 즐기기도 한다. 또한 내적으로도 기존
의 이론이나 개념들에 대한 도전과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기도 한
다. 한 개인의 개념, 이론, 철학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꾸준히
변천해 간다.

그리고 인간은 심리적인 어려움을 유발시킬 수 있는 나름대로
특유한 나약성이나 민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2. 성격이론

성격이론은 인간행동에 관한 설명 체제이다. 모든 상담이론은
나름대로의 성격이론을 가지고 있다. 인지상담도 인간 행동에 관한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가. 인간행동의 결정인으로서의 인지

인지상담에서는 인간의 행동은 인지적 측면의 산물이다. 즉,
지각, 사고, 가치, 가정, 신념, 이론, 예견 등과 같은 인지적 측면
에 의해 행동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인지, 정서, 행동은 서로 합쳐져 있기
때문에 무엇이 원인이 되고 무엇이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인지 명확
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우리의 사고와 정서와 행동은 거
의 동시적으로 일어난다. 사고가 없는 느낌이나 행동을 생각할 수
없으며, 느낌이 없는 사고와 행동 또한 생각하기 힘들다.

이들의 관계는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탐색해 봄으
로써 어느 정도는 쉽게 밝힐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의식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경험하는 정서적 경험 (예, 두려움, 기쁨, 분노)
이다. 이러한 정서적 경험은 어떤 자극 (외적 혹은 내적)이 있을
때 하게 되는데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많은 사람들은 그 자극 때문
에 그러한 정서적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즉 그 자극이
자신의 정서적 경험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간주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 자극과 정서적 경험 사이에 인지적
과정이 개입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컨데, A라고 하는 사람
이 옆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화가 나 그 사람에
게 왜 그런 눈으로 나를 쳐다보느냐고 따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가설적 상황을 다음과 같이 매우 구체적으로 쪼개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초기의 지각과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처음
에는 내가 그 사람을 지각할 수도 혹은 없을 수도 있다. 지각하지
못한 경우는 그 자극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를 주지 않을 때이다.
단순히 어떤 사람의 행동, 혹은 A라는 사람, 혹은 A라는 사람이 옆
눈으로 쳐다 보는 행동 등 그 어떤 것이라도 나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행동을 지각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가
능성이 크다.

그러나 내가 지각하는 경우는 일단 그 사람의 행동이 나의 관
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일단 지각된 그 사람
의 행동은 거의 동시적으로 나의 사고과정을 거치게 되며 그 결과
나는 분노를 경험하게 되었으며 그런 다음 A라는 사람에게 따지는
행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나의 인지 (지각, 사고 등)는 어떤 자
극과 나의 정서적 경험 혹은 행동 사이에 자리하면서 그러한 정서
나 행동을 결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내가 경험하는 정서나 행동에 대한 책임이 원래의 자극에 전혀 없
다고는 할 수 없으나 거의 절대적인 책임이 내 자신 (정확하게 표
현하자면 내 자신의 인지적 특성)에게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인지와 행동 관계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좋은 비유가
있다. 요사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자주 비유되고 있는 것이
컴퓨터이다. 컴퓨터는 크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분할 수 있
는데 소프트웨어 (즉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부분이 인간의 인지적
측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한 개인이 표출하는 하나의 행동은
그 개인 내면에 이미 그 행동에 관한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프로그램이 없는 행동이란 거의 생각하기 힘들다. 여기에
서 프로그램이라 하면 한 개인의 내면세계에 부호화되어 자리하고
있는 (그 사람이 의식하고 있든 그렇지 못하든 관계없이) 모든 것
이라 할 수 있다.

나. 인지의 구성

인지는 여러 요소나 과정으로 구성된다. 크게 감각기관 및 자
극의 접수, 지각체제와 지각과정, 기억세계와 이론체제, 사고체제
및 과정으로 나누고 이들에 대해 간략히 탐색해 본다.

(1) 감각기관 및 자극의 접수

외부의 자극은 일단 인간의 감각기관을 거쳐 접수된다. 감각기
관은 크게 5가지-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기관 -로 볼 수 있
다. 어떤 자극은 이들 감각기관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소멸된다. 일
단 감각기관에 도달하는 자극 중에서 다시 어떤 자극은 계속 진행
되어 인식되는데 반해 어떤 자극은 도중에 소멸되어 인식될 수 없
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은 이미 이 전에 형성되어 있는 내면세계의
영향을 받는다. 내면세계의 관심이 무엇인가에 따라 받아들이는 자
극이 다르다는 사실은 우리가 익히 아는 바이다.

(2) 지각체제

감각기관을 통해 거쳐 전달되는 자극 중에서 내면세계에 도착
한 것은 그 세계의 입구에서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첫째, 그 자극
이 무엇인가에 대한 식별과정을 거치게 되며, 둘째, 식별과정을 거
친 자극은 내면세계 (이미 기존에 형성되어 있는)를 대표하는 평가
체제를 거치게 된다. 이 과정은 기존의 내면세계에 이미 형성되어
있는 이론이나 사고과정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많은 자극이 이 과정을 거치면서 중립적인 평가를 받고 내부세
계에 접수되며 내부세계의 안정성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자극은 이 과정에서 좋은 혹은 나쁜 자극으로 평가를
받게 되며 이에 따라 쾌 혹은 불쾌의 정서를 야기시킨다. 이같은
경험들은 기존의 내면세계에 상대적으로 강한 영향을 주게 되어 좋
은 혹은 나쁜 자극으로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게 된다.

(3) 기억과 이론체제

이미 형성되어 있는 내면세계는 하나의 큰 이론체제이다. 이론
은 개인이 겪은 여러 경험들의 총체 즉 기억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즉 수많은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이들로부터 어떤 가설적 결론을 도
출하고 점차 확고한 하나의 이론을 형성해 간다.

이같은 이론체제는 크게 두 수준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
는 기초이론체제로서 내면세계 깊숙이 기저하는 이론이다. 이는 한
개인의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는 신념이나 가정(假定) 혹은 철학등
과 유사한 개념이다. 예컨데, '사람은 믿을 수 없다', '나를 좋아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나는 모든 일을 완벽해야 해 내야 한
다'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기초이론은 위에서 언급한 평가체제
의 내용을 구성하기 때문에 인간의 지각 및 사고과정이나 정서 및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면 깊숙히
있기 때문에 스스로 혹은 타인이라도 이들을 찾기가 용이하지 않
다.

또 하나의 이론체제는 이 기초이론체제의 하위 이론체제로서
일반이론이나 가설들도 되어 있다. 이 수준의 이론이나 가설들은
근본적으로는 기초이론에 그 기반을 두고 있지만 반드시 기초이론
과 일치하지 않으며 동시에 더 느슨하고 변화가능성이 훨씬 크다.
일반적으로 언어적 대화는 이 일반이론이나 가설들에 근거하여 표
현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언어적 대화는 한 개인의 내
면세계를 진실되게 대변하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

(4) 사고체제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다. 앞에서 언급한 이론체제를 형성하
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사고체제가 있기 때문이다. 사
고체제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극을 받아들여 기존의 세계에 있
는 내용과 비교, 평가, 종합하고 어떤 결론을 내려 이를 다시 저장
하는 등과 같은 활동의 주체가 되는 인지적 요소이다. 이 사고체제
또한 두 가지 수준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자동적인 사
고이며 다른 하나는 자의적인 사고이다.

자의적인 사고는 의도성이 작용하고 있는 사고를 일컫는다. 예
컨데, 다음과 같은 예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자동차를 배울 때 처
음에는 헨들이나 페달 혹은 브레이크를 다루는 단위적인 행동을 하
나 하나 의도적으로 생각하면서 익히기 시작한다. 이 때의 사고과
정은 우리가 의식할 수 있는 사고 수준이다. 이에 반해 자동적인
사고는 우리가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사고이다. 의도적인 사고는
반복적으로 이루어 지면서 점차 의식의 수준에서 벗어나 자동화되
어 간다.

운전기술을 완전히 익혀 도로주행을 할 때 빨간 신호를 보게되
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이같은 경우 너무 자
동적이어서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혹은 '무의식적으로'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러나 사고과정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단
지 사고과정이 너무 빨리 자동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의식하고 있지 못할 뿐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행동은 대부분
자동적인 사고의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자동적인
사고는 개인의 신념이나 철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 계 속 -